시대에
우리가 할 일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할 당시 팬데믹(pandemic)이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접할 수 있었고, 최근에 들어서는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셨을 겁니다.
감염병은 발생 수준과 양상에 따라 유행병(epidemic disease), 범유행(pandemic), 풍토병(endemic disease)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에피데믹, 즉 유행병(epidemic disease)은 특정 지역사회나 집단에 평소에 나타나던 수준 이상으로 많이 발생하는 상태의 질병을 말합니다. WHO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첫 발원지인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감염병으로 생각돼 에피데믹으로 평가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지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자 2020년 3월, 팬데믹을 선포했습니다.
팬데믹, 즉 대유행 또는 범유행(pandemic)은 감염병이 두 개 대륙 이상 또는 전 세계 등과 같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병원체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해서 모두 팬데믹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유행의 확산과 치명적인 수준을 보고 여섯 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하는데, 가장 높은 6단계가 바로 팬데믹입니다.
엔데믹(endemic)은 감염병이 풍토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병원체가 지역사회 혹은 집단에 지속적으로 존재하여 일정 수준의 감염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일반 감기나 계절 독감처럼 변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이 낮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방역조치를 해제하며 일상 회복으로 접어들었고,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엔데믹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염’이라는 것은 병원체(감염인자)가 숙주(병원소)에 기생하면서 면역반응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병원체는 병원소에서 생활하고 증식하면서 생태계 내에서 생존합니다. 감염병이 발생하려면 병원체로부터 숙주의 저항성에 이르기까지 ‘병원체-병원소-병원체의 탈출-전파-침입-숙주의 저항성’이라는 6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감염사슬(chain of infection, 또는 감염고리)’은 성공적으로 생성되지 못합니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각 단계의 사슬을 차단하는 전략을 잘 실천하는 것이 곧,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안전한 일상 회복을 위한 5대 중요수칙’으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코로나19 예방접종 동참하기,
2) 사람이 많고 밀폐된 곳에서 마스크 쓰기
3) 30초 비누로 올바른 손 씻기, 기침할 땐 옷소매로!
4) 1일 3회(회당10분) 이상 환기, 손이 자주 닿는 표면 1일 1회 이상 소독
5) 코로나19 증상 발생 시 진료받고 집에 머물며, 다른 사람과 접촉 최소화 하기
이러한 감염병 예방관리 수칙을 ‘감염사슬(감염고리) 단계별 차단 전략’에 대입하여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감염병이 예방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숙주의 저항성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기침예절 준수’는 병원체의 탈출이나 병원체의 침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손 씻기’는 병원체의 전파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병원체, 병원소 사슬을 차단하는 방법으로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자연환기, 환경 소독, 물리적 거리두기’는 병원체의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코로나19 종식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일 뿐입니다. 감염병에 관한 세계적 석학 프랭크 M. 스노든은 ‘감염병과 사회’라는 책에서 “20세기의 가장 큰 오류가 감염병 종식이 머지않았다는 믿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한 안일함이 팬데믹의 위협을 키워왔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상생활 속 감염병 예방관리 수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