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바른 눈 건강을 위해서
"크면 라식 해주면 되지"라는 위험한 착각
요즘 안과 외래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소아·청소년 질환은 단연 근시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상 국내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80%에 육박하고, 근시가 시작되는 나이도 과거보다 눈에 띄게 어려졌습니다.
진료실에서 학부모님들께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 크면 라식 하면 되지 않나요?" 안타깝지만 이는 근시의 본질을 놓친 오해입니다. 라식·라섹은 각막을 깎아 안경을 벗게 해 주는 '시력 교정술'일 뿐, 근시 때문에 이미 길어져 버린 안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치료가 아닙니다. 안경을 벗어도 눈 속의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는 뜻입니다. 성장기의 근시를 단순한 '안경 도수 문제'로 여기고 방치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안질환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1) 눈이 '앞뒤로 길어지는' 병
근시는 빛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지 못하고 망막 앞쪽에 맺혀 먼 곳이 흐리게 보이는 상태입니다. 소아 근시의 대부분은 각막이나 수정체의 문제가 아니라, 안구의 앞뒤 길이(안축장, Axial Length)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생기는 '축성 근시'입니다. 즉 눈이 나빠졌다기보다 눈이 뒤로 자라 버린 것에 가깝습니다. 왜 자랄까요? 사람의 눈은 완전한 공 모양이 아니라 타원형에 가깝습니다. 일반 안경으로 교정하면 정면(망막 중심)에는 초점이 정확히 맞지만, 주변부 망막에는 초점이 망막보다 뒤쪽에 맺힙니다. 이를 '주변부 원시성 탈초점'이라 합니다. 눈은 이 뒤쪽 초점을 따라잡으려고 안구를 더 뒤로 늘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그 결과 안축장이 길어지며 근시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뒤에서 설명할 치료법들은 모두 이 '뒤쪽 초점'을 앞으로 당겨 악순환을 끊는 원리입니다.
2) 근시를 키우는 생활 환경
유전도 작용합니다. 부모가 고도근시라면, 자녀의 근시 위험이 2~3배 높아집니다. 그러나 최근의 폭발적인 증가는 환경 요인이 지배적입니다.
ㆍ가까이, 오래 보기 : 스마트폰·태블릿·독서 등 30cm 이내 거리를 쉴 새 없이 보면 눈의 조절 근육이 계속 긴장하면서 주변부 탈초점이 심해집니다.
ㆍ어두운 곳에서 보기 : 불 끄고 스마트폰 보기, 엎드려 책 보기는 동공을 키우고 망막에 맺히는 상의 질을 떨어뜨려 안구 성장을 자극합니다.
ㆍ야외 활동 부족 : 햇빛을 받으면 망막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이 안구가 뒤로 늘어나는 것을 막아 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실내 위주의 생활은 이 브레이크를 없애는 셈입니다.
3) 고도근시가 위험한 진짜 이유
안축장이 26mm를 넘거나 -6.00디옵터를 초과하는 고도근시는, 눈을 풍선처럼 부풀려 놓은 상태와 같습니다. 풍선이 커질수록 고무 표면이 얇아지듯 눈이 길어지면 망막·맥락막·시신경이 얇아지고 당겨집니다.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들(Flitcroft, 2012; Haarman et al., 2020)은 근시가 실명 질환의 발병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고 보고합니다.
ㆍ망막박리 : 얇아진 주변부 망막에 구멍이 생겨 망막이 떨어져 나갑니다. 경도 근시(-1.00~-3.00D)에서도 3~4배, 고도근시에서는 20~40배까지 위험이 올라갑니다.
ㆍ녹내장 : 시신경이 당겨지고 얇아져 안압에 취약해집니다. 정상안 대비 2~4배 이상 발병률이 증가합니다.
ㆍ근시성 황반변성 :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이 얇아지고 파열됩니다. 고도근시에서 40~100배 이상으로, 회복이 어려운 중심 시력 상실의 주원인입니다.
ㆍ백내장 : 2~3배, 특히 젊은 나이에 발생합니다.
결국 소아기 근시 억제 치료의 목적은 안경 렌즈를 얇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실명 질환을 예방하는, 평생 건강의 초석을 놓는 일입니다.
전 세계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대표적 방법은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과 역기하렌즈(드림렌즈)입니다.
1)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
원래 동공을 넓히는 검사에 쓰던 약을 아주 묽게 희석해 매일 밤 한 방울 넣는 치료입니다. 안구 뒤쪽 공막에 작용해 눈이 뒤로 길어지는 것을 억제합니다.
효과 : 홍콩 중문대의 LAMP 연구는 0.05%, 0.025%, 0.01% 세 가지 농도를 3년간 비교한 랜드마크 연구입니다. 0.05% 아트로핀이 안축장 신장 억제와 근시 진행 억제 모두에서 가장 우수했고, 눈부심이나 조절력 저하 같은 이상 반응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 머물러 최적 농도로 권장됩니다. 국내에서도 0.05~0.125% 제제(마이오가드, 마이오텍트 등)가 널리 처방됩니다.
시작과 유지 : 근시가 빠르게 진행하기 시작하는 만 4~6세경 정밀 검진 후 시작해, 눈의 성장이 안정되는 만 15~18세까지 이어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의로 중단하면 반동 현상으로 근시가 다시 빨라질 수 있으므로, 안축장 측정치를 보면서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합니다.
흔히 겪는 불편 : 동공이 조금 커져 야외에서 눈이 부실 수 있습니다(선글라스, 변색 렌즈, 챙 넓은 모자로 완화). 1~2주 정도 가까운 글씨가 흐릿할 수 있으나 대개 적응합니다. 가벼운 결막 충혈이나 가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즉시 중단하고 내원해야 할 신호 : 심한 입 마름, 얼굴 홍조, 원인 모를 발열, 가슴 두근거림, 소변보기 힘듦, 심한 보챔이나 어지럼증은 약물이 전신으로 흡수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눈꺼풀이 심하게 붓는 경우도 중단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점안 후 눈 안쪽 눈물점을 1~2분간 가볍게 눌러 주면 전신 흡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2) 역기하렌즈(드림렌즈)
밤에 자는 동안 착용해 각막 중심부를 눌러 주는 특수 하드렌즈로, 낮에는 안경 없이 1.0 전후의 시력을 유지하게 해 줍니다.
원리 : 일반 콘택트렌즈와 반대로 중심부는 편평하고 주변부는 가파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면 중 각막 중심이 편평해지며 굴절 이상이 교정되고(낮 시간 시력 교정), 동시에 주변부 각막이 가팔라지면서 주변부 망막의 초점을 망막 '앞쪽'으로 당겨 줍니다. 눈이 뒤로 자랄 이유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근시 진행을 약 40~50% 억제합니다.
주의점 : 무리하게 빼거나 눈이 건조한 상태에서 제거하면 각막에 상처가 생길 수 있어, 인공눈물을 충분히 넣은 뒤 부드럽게 빼야 합니다. 자는 동안 렌즈가 중심에서 벗어나면 낮에 시야가 번져 보일 수 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은 감염성 각막염입니다. 세척이 부실하거나 수돗물이 닿으면 녹농균, 가시아메바 등에 감염되어 영구적인 각막 혼탁과 시력 저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전용 보존액 사용, 케이스 정기 소독과 교체, 수돗물 접촉 절대 금지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밝게 보기 : 하루 2시간, 주 14시간 이상의 야외 활동을 권합니다. 실내 인공조명은 보통 300~500럭스지만, 흐린 날의 야외라도 1만 럭스가 넘습니다. 이 강한 자연광이 망막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안구의 비정상적 성장을 억제합니다. 실내에서 공부할 때는 천장 조명과 책상 스탠드를 함께 켜 명암 대비를 줄여 주세요.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 불빛만 응시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멀리 보기 : 근거리 작업 중에는 20분마다 6m(20피트)이상 떨어진 창밖을 20초간 바라보는 '20-20-20 규칙'을 습관화합니다. 책은 눈에서 30~35cm, 스마트폰은 40cm, 컴퓨터는 50cm, TV는 화면 대각선 길이의 3배 이상 거리를 둡니다. 엎드리거나 누워서 보는 자세는 한쪽 눈의 초점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히므로 바른 자세를 지도해 주십시오.
선명하게 보기 : "안경 도수를 낮춰 써야 눈이 덜 나빠진다"라는 말은 낭설입니다. 불완전한 교정은 오히려 흐린 상을 망막에 지속시켜 근시 진행을 자극합니다. 정확한 굴절 검사로 완전히 교정한 안경을 항상 착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 6개월마다 안과를 방문해 시력 검사와 함께 안축장 길이 측정을 받으십시오. 안축장 측정은 시력표 검사보다 훨씬 정밀하게 근시의 실제 진행과 치료 반응을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입니다.
아이들은 시력이 서서히 떨어져도 먼저 "잘 안 보인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원래 세상이 그렇게 보이는 줄 알거나, 눈을 찡그려 초점을 맞추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자주 깜빡이거나 찡그리는 모습, TV와 책에 지나치게 다가가는 습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 보는 행동은 이미 근시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근시는 안경을 씌워 주면 끝나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찍 발견해 아이의 눈 상태에 맞는 억제 치료를 적용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함께 잡아 준다면, 고도근시 진행을 막고 건강한 눈의 기능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의 시각 환경을 한 번 돌아보시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평생을 함께할 소중한 두 눈에 건강한 날개를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